처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..

goguma|2026-09-23 15:56|조회 23|수정됨 2026-09-23 15:58

처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..

해성님의 그 달콤한 속삭임을.
아무렇지 않게 건네던 그 한마디를.
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, 너무나도 태연했던 그 얼굴을.

나는 믿었다.

사람을 믿었고,
그 말을 믿었으며,
무엇보다도 내 전재산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리 없다고 믿었다.

하지만 세상에는 믿음만으로 지켜낼 수 없는 것이 있었다.

바로 [14만RC] 였다.

한순간이었다.

해성님의 꼬임에 홀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길을 걸어갔고,
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.

14만.

140,000.

숫자로 보면 그저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.
누군가에게는 클릭 몇 번이면 지나갈 작은 숫자일지도 모른다.

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달랐다.

그 안에는 내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과. 노력과. 욕심과. 작은 희망이 들어 있었다.
'조금만 더 모으면 뭔가 할 수 있겠지.'
'이 정도면 괜찮겠지.'
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지켜온 나의 소중한 자산이었다.

그런데 그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.

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.

[사람에게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배신 당할 수 있다는 것을.]

돌이켜보면 이상했다.
왜 나는 그 말을 믿었을까.
왜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았을까.
왜 그 순간의 달콤함에 눈이 멀어 14만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너무나도 가볍게 내어주었을까.

후회는 늘 늦게 찾아온다.

이미 떠나버린 기차를 바라보며 플랫폼에 홀로 서 있는 사람처럼,
나는 멍하니 내 RC의 잔고를 바라보았다.

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.

그저 속으로 되뇌었다.

' 14만... '
' 14만..... '
' .........14만.. '

그 짧은 한마디가 어찌나 처절했던지,
말끝에 차마 붙이지 못한 수많은 감정이 목구멍에 걸렸다.

분노인가.
슬픔인가.
허탈함인가.

아니었다.

그 모든 것을 합쳐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.

나는 오늘 14만RC를 잃었다.
그러나 어쩌면 잃은 것은 RC만이 아닐지도 모른다.

해성님을 향한 순수한 믿음.
사람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순진함.
그리고 '설마 내가 당하겠어'라고 생각했던 그 오만함까지.

모든 것이 함께 사라졌다.

이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.

앞으로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
"이거 진짜 좋아."
"한번만 믿어봐."
"절대 손해 안 봐."

라고 말한다면,

나는 조용히 웃으며 그 사람을 바라볼 것이다.

그리고 가장 먼저 내 RC부터 확인할 것이다.

왜냐하면 나는 이미 한 번 겪었기 때문에.

해성님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한지.
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이 얼마나 참혹한지.

오늘 밤, 나는 14만RC를 떠나보낸다.

돌아오지 않을 그 14만을 마음 깊이 묻으며,
마지막으로 조용히 한마디를 남긴다.

"잘 가라, 나의 14만RC."

부디 다음 생에는 다른 이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고
내 지갑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를.

그리고 해성님께도 언젠가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.

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.

댓글 4

북부대공09-23 16:03

아니 따면 되잖아 ㅋ

리밋09-23 16:24

엉엉..

losist09-23 18:58

ㅋㅋㅋㅋ 이게 뭐야

goguma09-23 20:37

저 정말 속상해서 잠을 못 이루겠어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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